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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닟칸(미완)
    순철논 2025. 9. 11. 23:46

     

     “그건 맛있나요?”

     대뜸 날아온 말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제 친구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거라니, 뭐가? 지금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그야, 내가 네 앞에서 굳이 혼날 짓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그렇다고 해서 무얼 말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지만.

     “담배 말하는 거야?”

     알면서도 굳이 묻는다. 마누엘이 저 질문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뜸 들였는가 하는 걸 안다. 따지고 보면, 별로 어려운 질문이 아님에도··· 임마누엘 칸트의 윤리적 기준이란 마치 밤하늘의 북극성을 연상시킬 만큼 높디높아서, 담배를 의미하는 단어를 직접 입에 담는 것조차도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행했으리라. 그러니까 방금은, 아무래도 조금 짓궂은 처사였다.

     미간을 조금 찡그린 마누엘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준다면,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도 볼 수 있을 텐데. 키가 큰 것도 가끔은 좋지 않다.)

     “왜, 관심이라도 생겼어?”
     “네.”
     “···그럴 리가 없잖아?”

     한 서른 살쯤 먹은 임마누엘 칸트가 담배에 손을 대는 것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데, 고등학교 1학년 임마누엘이 그런 데 관심이 생겼다고?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뻔한 거짓말이었다. 마누엘은 니체가 그리 길지 않은 한평생을 살아오며 본 모든 사람 중 가장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자기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는 노력 비슷한 것조차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마누엘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나온 거짓말이라 해도.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지? 어쩌면 마누엘이 시행 중인 ‘프리츠-금연-프로젝트-17탄’의 주된 전법일지도.

     “정말이에요. 프리츠가 담, 담배 피우는 걸 보면서··· 저도 조금은 궁금하다고 생각했어요.”
     “···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여준 적 없는데.”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어요.”

     니체가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몰라 잠시 정지한 사이에, 마누엘은 제 할 말을 꿋꿋이 이어갔다. 이럴 때는 또 그냥 얌전히 듣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 그 어떤 파렴치한이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중간에 끊을 수 있단 말인가.

     “몸에 안 좋은 거라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프리츠가 담배 피우는 건 그래 보이지 않는걸요. 프리츠는··· 그냥, 그때 제일 평온해 보여요. 시끄러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시 잊은 듯이 말이에요. 프리츠가 뱉어내는 담배 연기는 어쩐지, 숲속 연못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처럼··· 그런 무해한 기체로 보여서.”
     “······”
     “그러니까, 저도··· 하나 주시겠어요?”

     니체는 제 가슴께 정도의 높이에 내밀어진 마누엘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 손과 비교하면 제법 작고 하얀 손. 연약해 보이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그의 손을 밀어내든가, 무시하든가 하여 이 성가신 손을 제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렇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네 손이라는 부위 하나뿐, 네 마음은 절대로 꺾이지 않겠지. ···그리고 너를 해치지 못한 것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 테다.

     하얗고 얇은 막대 하나가 그 손 위로 툭, 내려앉았다.

     “이건···?”
     “하나 달라며.”

     막대의 끝부분에는 구형의 묵직한 존재감과 함께 바스락거리는 화려한 색의 포장지가― 그러니까, 막대사탕이었다.

     “레몬 맛.”
     “···프리츠, 저 지금 장난하고 있는 거 아닌데요.”
     “나도 아닌데? 나 담배 없어. 끊었거든.”
     “어? 아니, 분명··· 잠깐, 언제부터요?”
     “2주쯤 됐나? 너랑 자주 붙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끊었지.”

     마누엘의 눈이 니체를 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의의 장막을 꿰뚫어 볼 것만 같은 그 눈이. 니체는 그저 표정 없이 그 시선을 마주 받아낼 뿐이었다. 오늘만큼은, 하나도 켕길 일이 없었기에.

     “···간접흡연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데. 그 정도는 배려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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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시간 됨 이슈로 미완

    언젠가 완성할수도 안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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